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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년의 첫사랑

가이브 2010. 12. 8. 02:50

이틀을 굶으며, 무릎을 감싸앉고 깍지낀 손이 수도 없이 풀리며 잠을 잔 후, 다시 거리로 향했다. 가만히 서 있거나 쪼그려 앉기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하얀 햇살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낀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친구집 어귀 왼쪽 골목을 지날 때, 고개 숙여 걷는 눈 앞의, 누군가가 두어번 베어물은 입자국이 선명한, 사람이 기계되어 깎은 듯한 중고품 고로게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안방 옷장 깊숙히 있는 백원짜리 동전이 가득 든 사기단지에 손을 댄 후에나, 엄마 심부름으로 특히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오 난 후에나 떨릴 법한 악마와 천사의 마음을 가진 손이 또 떨렸다.

주인없는 가게에서 도둑질 하듯 자신을 집어드는 주인 없는 고로게는 깡마르고 다리가 긴 소년이 처량해 보였을까. 검고 까칠한 아스팔트 피부에 기생하는 자갈 알갱이들이 마침 심심했던 참에 고로게 설탕에 옮겨탔을까. 몰씬 피어 올라야 할 뜨끈한 김은 부끄러워서 모습을 감췄는지 보이지 않았다. 옮겨탄 자갈이 이에 걸려 욱신거리는 소리를 내었지만 달달하게 달아오른 고르게 속이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눈을 질끈 감아 목에 힘을 주니 위장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며,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차가운 눈물이 나오려 할 때엔 두 다리가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엄마처럼 가슴을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고개숙여 걷는 소년의 목격자는 소년의 뒤에서 좁은 골목 사이로 지나갔었던 사람들만이 증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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