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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GuyV's 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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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길

가이브 2008.07.05 01:31

길을 걷다가 잠깐 멈췄다.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가로등 뿌려진 전봇대 밑에서 쓰레기봉지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갑자기 툭 하고 발길에 걸린 돌 때문에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철썩.. 넘어졌다. 빠르게 일어난다.

지나친 쓰레기봉지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며 그 녀석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둔탁한 구두가

시멘 바닥을 딛는 소리가 요란하다.

두 세 걸음을 걷다 다시 뒤돌아 온다. 넘어지며 흘린 봉지를 주워들었다. 봉지가 펼쳐지며 내는

소리 역시 요란하다. 그리고 다시 가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늘 이시간에 여기를 지날 때면 들리는 소리다. 시끄러우면서도 경쾌하다.

누군가가 지나감을 알려준다. 홀로 걷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개는 누가 지나가는지 모른다.

보이지도 않는 철문을 대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쉬움을 실어 짖어본다. 지나가는 사람은 결코

멈춰서지 않는다.

가게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 건너편이다. 슈퍼다. 아니, 쌀집이다. 영감이 힘겹게 내리는

모습이 선하다. 닫히는 소리는 부끄럽다. 천천히, 그리고 이내 곧 닫힌다. 아주 잠깐 멈췄던 발걸음

역시 부끄럽고 천천히 움직인다.

또 하나의 가로등이 보인다. 걸어오며 보았던 가로등 보다 유난히 밝다. 집 앞이다. 걷고 걷다보니

이렇게 제일 밝은 가로등이 있는 집까지 왔다. 무거웠던 어깨가 풀린다.

하루에 한번 꼬박꼬박 보고 외우고 익히는 벨을 누른다. 정겨운 벨. 고요한 현관에 으스름하게

노란빛이 난다. 붉고 황금색 빛이다. 이내 맞이해주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힘이 풀린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가락에서 봉지가 빠르게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리고 등이 땅에

닿는다. 아내의 발걸음 소리가 빨라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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