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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5월 광주’는 특별하단다

가이브 2008. 7. 12. 04:03
[아빠가 건네주는 동화책]‘5월 광주’는 특별하단다
입력: 2008년 05월 09일 17:31:04
▲누나의 오월…윤정모 | 산하

한결아 푸른 보리밭 사이로 푸른 바람이 파도처럼 쓸려간다. 오월이 무르익는구나. 저 동그란 바람을 따라 끝없이 날아가면 꽃도 둥글고, 잎도 둥글고, 해와 달도 둥글고, 하늘도 둥글고, 우리가 사는 지구도 둥글고, 별도 둥글고, 우주 천지가 둥글고 둥그러져 어린 너희들의 꿈도 둥글고 마음도 둥글어 바다만큼 둥근 엄마 품속으로 다시 들어가 조그마한 물방울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기억하니? 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광주에 놀러 갔던 일. 마지막 날 5·18 국립묘지에 들렀을 때 말이야. 기억나지? 그때도 지금처럼 날씨는 따뜻했고 바람은 부드러웠고 꽃들은 앞다퉈 피고 나뭇잎은 푸른 파도를 만들어 한없이 출렁대고 있었지.

그러나 너는 자꾸 춥다고 했다. 무섭다고 빨리 나가자고 졸랐단다. 전시되어 있는 사진과 기록영상물을 보고 엄청 울어 아빠 엄마는 당황했지 뭐냐.

그래, 아빠 엄마도 똑같은 마음이었어.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어.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은 군인 몇 명과 그 사람을 따르는 추종 세력들이,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총칼을 휘둘러 때리고 죽이는,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거지.

나라 지키라고 밥 먹이고 옷 사주고 월급을 주면서 보살펴 준 주인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게야. 생각해봐라. 너희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반장, 부반장, 무슨 무슨 부장이나 분단장을 뽑을 때도 전부 선거를 하잖아.

그렇다면 한 나라 살림을 전부 책임지는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것은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물어봐도 아는 상식이 아닐까. 잊을 만하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모습을 나타내는 전두환·노태우 같은 사람들이 그때 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란다. 저 사람들이 떵떵거리고 살아 있는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야.

한결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네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고 어른이 되면 80년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렸는지 배우게 되어 있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 이 책에 나오는 기순이 누나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야.

정신 나간 군인들과 싸우기 위해 끝까지 전남도청을 지킨 마지막 사수대는 대부분 낮은 자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대. 구두닦이, 신문팔이, 중국집 배달부, 공장 근로자, 막노동꾼, 농사꾼을 비롯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거야. 더러 학생들과 많이 배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기순이 누나는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죽었단다. 직업은 다방 종업원이었어. 너도 시내에서 가끔 본 적 있지. 오토바이 타고 커피 배달하는 누나들 말이야. 부상 당하고 죽어가는 시민들을 위해 자기 몸속 피를 전부 빼내 헌혈을 하고 정작 자기 자신은 집에 도착하지 못하고 낯선 마을 허름한 담배막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단다.

“아부지, 기열이는 꼭 공부시켜 줘요.”

이 마지막 말에 아빠는 목이 메여 심장이 다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어. 오월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제는 알겠지? 눈물이 둥근 이유도 이제는 알겠지?

<유용주 | 시인>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509173104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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