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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2

가이브 2008. 7. 8. 00:17

[2008.01.08]


시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작지만

분교도 아닌 중학교 건물이 신축인지, 페인트만 다시 칠했는지

원색으로 깔끔하다. 층층히 분홍색으로 칠해진 예닐곱 칸 스탠드는

한적하고, 텅 빈 한낮의 운동장도 방학이라 한적하다.

17분이 남았다고 가리키던 정류장 간판이 이내 7분으로 바뀐다.

저쪽에서 터벅터벅 휴대폰을 쥐고 아주머니 한 분이 걸어오신다.

이 동네에 사는가보다. 살짝 날 보며 물어본다.


  "버스가 언제쯤 도착할까예?"


나는 전광판을 주시하듯 잠시 보며


 "저기 7분이라고 가리키네요."


짧게 대답한다. 담배를 꺼내어 피다 꺼트리고 정류장 벤치에

앉으니, 서 있던 아주머니는 앉으며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다.


 "학생이신가 보네예"


짧은시간에 미소가 띈다. 직장생활 3년. 만들어 낸 것도 없이

보냈던 시간들이지만 결국 난 직장생활을 했던 직장인이었다.


 "네. 도시에서 일 하다가 왔습니다."


이런 저런 뻔한 얘기를 나누니 왼쪽편으로 올라오는 버스가

보인다.


 "버스 왔네요. 살펴가세요."


내가 건네는 말에 간단하게 대답한 후 버스에 올라탄다. 이어 내가

올라타고 옆에 기다리던 학생들도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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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앞 정류소에서 문을 여니 학생이 올라탈듯 말듯 하고 있다.

멀리 한 학생이 뛰어온다. "올라타이소, 태우고 가니까" 나는

앞 문으로 뒤에 승객들이 들릴 수 있는 소리로 말한다. 저 멀리

학생은 버스가 출발할까봐 뛰어오고 있고 올라타며 버스카드를

대며 올라온다. 카드기계는 방금 탄 사람이 학생이라 알려주고

이내 헉헉 거리며 올라온 승객도 학생이라 말해준다.

먼저 앉은 학생을 보며 웃으며 자리에 앉고 버스는 출발한다.

늘 그렇듯이 부산하지도 않은 인원을 유지하며 악셀을 밟는다.

이번 정류소에서는 힘겹게 어르신들이 올라온다. 천천히

올라오라고 말을 해도 끄덕이며 급하게 올라오며 요금을 넣으신다.

큰 백미러로 승객들을 둘러보니 몇 안되는 좌석이 벌써 다 찼다.

앞쪽에 앉은 젊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뭐라고 할머니에게

말을 꺼낸다. 할머니는 웃으면서 고맙다며 빈 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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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시내에서 아빠가 사주신 휴대폰으로 학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나 효리폰샀지롱 니는 문자보내면서 그림나오나 ]


이내 답장이 온다.


 [ 맞나? 좋겠네 보이도 ]


난 웃으면서 발로 끼고 있는 농구공을 이리저리 흔들고 다른친구

전화 목록을 삥삥 소리를 내며 찾았다. 넘기다 보니 승규가 보인다.

게임기 샀다고 자랑하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집에갈때 받아갔을

때가 생각났다. 웃음이 나온다. 이놈아 한테도 자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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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차가 왜이리 빨리왔노. 쪼메만 늦었으면 몬탔네.

꼬부랑할매 어디가는지 버스탔네 앞에 젊은놈들은 늙은 할매들

할배들 보면 자리 좀 비켜주야 안되나? 집에 부모가 우째 애들을

갤키길래 조라노?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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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끼며 창밖을 바라본다. 늘 같은 노래 스무개. 휴대폰에

넣었던 MP3는 80개가 넘는데도 하나의 가수 노래만 듣는다.

버스 문이 열릴때마다 시선은 자동으로 앞을 향한다. 아무리 시골

이지만 버스 배차 시간이 긴 만큼 사람들도 많이 탄다. 대부분이

시내에 뭘 사러 나가시는 노인들이나 놀러가는 학생들이다.

자리가 꽉 찼지만, 앞엔 이미 여러 학생들이 모두 양보해주고 서

있어 서 있는 어른은 서서 갈 수 밖에 없다. 서 가는 어른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직 시내까진 이 삼십분은 더 가야되는데.. 앉아

있는 이 자리가 가시방석이고 노랫소리는 들어오지 않는다. 시선이

마주치면 일어서야 되나. 좁은 버스가 오늘은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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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다 뒤에서 문득 " 앉으세요 " 라는 누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한테 자리를 양보해

드렸나보다. 이내 바로 앞 문에서 할아버지가 올라오신다. 발에 낀

농구공을 손으로 감싸안으며 할아버지에게 말헀다.


 " 할아버지 앉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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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아들이 학교 앞으로 오란다. 저번주에도 한번 부르더니

또 부르네. 방학인데도 학교에 일찍 나가서 공부하느라 늘 피곤

하겠다. 저녁엔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저녁을 챙겨주지 못한다.

분식집에서 사먹으라고 챙겨주는 내 마음을 알까. 조금만

고생하거라.

앞에 앉은 청년이 내게도 약간 들리는 듯하게 노래를 듣고 있다.

밖은 겨울이라 쌀쌀한데도 자기만 쐴 수 있게 창문을 열어놓았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춥지는 않아 이 청년 옷이 매우 두꺼워보인다.

왜 앞을 계속 볼까? 잘 보이진 않지만 한명 한명 탈 때마다 앞을

바라보는 듯 하다. 청년은 서 있는 어른을 한동안 보고만 있다.

뒷자리지만 자기가 앉은 자리로 오지 않길 바라는 듯 하다. 그냥

신경 안 쓰면 될 것을.. 젊은 사람이 나이 드신 분한테 자리 양보

쯤이야 해줄 수 있는 거지. 이십분만 서 가면 되는걸...

자기 아버지도 이제 저만한 연세일건데.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이 짧을까. 내 아들은 버스에서 어떻게 할까 궁금하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니 안내방송이 시내에 거의 다 왔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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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끼고 있는 이어폰을 빼니 귀가 시원하다. 귀가 불편하지만

노래가 더 좋다. 노래를 끄고 진동으로 설정하고 살짝 일어나서

저 앞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가서 말했다.


 " 뒤에 앉으세요. "


어르신은 웃으며 괜찮다고 힘겹게 잡고 있는 손잡이를 잡고 휘청

거리셨다. 살짝 무안해진다. 이제 거의 내릴때가 다 됐다고

말씀드리니 못 이기는척 내가 앉았던 자리로 향한다. 다행이다.

앞에 있던 어린 학생이 물끄러미 날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난 아량곳 하지 않고 창문을 향해 천천히 이어폰을 다시 꺼내어

귀에 꽂았다. 문득,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싶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시지만, 아버지께서 버스에 타시면 젊은 사람들한테

양보를 받으시겠지.. 꾹. 단축번호를 누르니 늦지 않게 이어폰으로

약간 어두운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 사무실이시죠? "


-------------------


 " 이 다음에 세워드리니까 그냥 앉아계이소. "


백밀러로 내리려는 할머니를 바라보니 늘 그렇듯이 정류장을 출발

하자마자 급하게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른들은

부지런하다. 작년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렇게 건장했던 어머니.

그 분도 참 부지런하셨다. 이해를 못했었지.. 왜 그렇게 부지런

하셨는지. 그리고 어머니 연세쯤 되어 보이는 노인들 모두가 다

비슷하다. 앞 문을 열면 다 열리기도 전에 빨리 타려고 하고

자기가 내릴 정류장 이전 정류장에 뒷문이 닫히면 벨을 찾아 눌러

문 앞으로 가서 내릴 준비를 한다. 보자기 하나 들고, 좌석 하나

하나 짚으면서 움직인다.

빠르게 살펴보니 앞좌석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서 있다. 뒤로 돌아

보며 얘길 나누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쩌렁하다. 집에서 막걸리

한 잔 걸치셨나보다.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운전대 앞쪽에

놓아둔다. 저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종점에 다 와간다.

아까 타셨던 할아버지가 "수고하이소" 툭 한마디 던지면서 급하게

뒷문 계단을 내려가신다. 기점에서 탄 청년이 아직 서 있다.

종점가지 가나보다. 도시로 가나.. 우리 버스 종점은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고향에 갔다가 다시 밥벌이 하러 가나보다. 아니,

학생인가보다. 이 시간에 직장인이 회사에 있어야지 버스에 타고

있을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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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1]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역시 버스를 타다가 생각나서

쓰는 글. 그럴듯한 소재였다 싶은데 쓰고나서 읽어보니 형편없네..


누구나 시각은 다 다르다. 선입견. 자기가 먼저 눈을 낮추어

바라볼 때야 상대방은 더욱 더 낮추어진다. 올라가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건 사람의 됨됨이이다. 이건 계속 낮추어야 올라간다.


책을 좀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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