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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가이브 2008. 7. 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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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펼쳐진 밭을 지나치다 어린 참새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잽싸게 내려갔다.
어린 참새는 뒤따라온 엄마에게 물어봤다.

  " 엄마, 이건 뭐야? "
  " 허수아비라고 한단다. 우리를 쫒으려고 사람들이 세워놓은 녀석이지. "
  " 우리를 쫒는다고? 어떻게? "
  " 그냥 이렇게 가만히 서 있으면서~ "
  " 에이~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소리내는 것도 아니고. 봐, 이렇게 앉아 있어도 웃기만 하네 뭐. "

엄마는 웃으며 어린 참새에게 부리로 머리를 살짝 쪼았다. "이제 집에 가자."


날이 어두워지고 새끼 참새는 어두운 밤 다시 그 허수아비를 찾아보기로 했다.
허수아비는 역시 아무런 미동없이 그 자리 거기 서 있었다.
쪼르르 내려앉은 참새는 허수아비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 허수아비야. "

하지만 허수아비는 말이 없었다. 참새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문득 처음 봤던 허수아비의 표정이
생각났다. 찡그리고 있던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싱글생글 웃고 있었다. 어린 참새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다시 집으로 날아갔다.

다음날, 허수아비를 지나가며 새끼 참새는 허수아비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런데 어제 밤과는 달리
허수아비는 찡그리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하다..' 새끼 참새는 다시 날아내려가 허수아비
에게 말을 걸었다.

  " 너 왜 표정이 바뀌니? "
  " ... "

허수아비는 아무 말 없었다. 새끼 참새는 다시 날아올라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저 허수아비가 얼굴 표정이 변했어 "
  " 그럴리가 있니. 살아있지도 않고 사람들이 만든 건데~ "

빈정거리며 말하는 엄마에게 사실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았다. 새끼 참새는 그날 밤 다시 또
네 번째로 허수아비를 찾았다. 허수아비의 표정은 다시 웃는 얼굴이었다.

  " 허수아비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너 살아 있는거지? 그렇지? "
  " ... "

아무런 말이 없는 허수아비였다. 새끼 참새는 답답했다. 내가 네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는데...
새끼 참새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겨울이 왔다. 새끼 참새는 추워진 날씨에 몸을 웅크리며 날아가다가 문득 얼마전의 허수아비가
생각났다. 허수아비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참새는 그 때 보던 허수아비와 다른 것 같았다.

허수아비는 발이 하나였다. 얇고 가느다란 다리 하나로 자신의 넓은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황금빛
벼가 이미 다 걷어진 겨울에는 그 넓은 곳에 허수아비 홀로 서 있었다. 문득 새끼 참새는 허수아비가
안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날아내려갔다.

  " 허수아비야, 잘 지냈어? 너 그러고보니 발이 하나밖에 없구나. 아프지 않니? 안추워? "
  " ... "

허수아비는 역시 말이 없었다. 그런데, 허수아비의 얼굴이 변하고 있었다. 웃음을 띄는 것이었다.

 " 어~ 너 웃었지? 그렇지?! "

새끼 참새는 웃는 표정을 지어준 허수아비의 얼굴을 이리저리 쪼았다. 허수아비의 얼굴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말은 없었다. 그 뿐이었다. 새끼 참새는 그래도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았다.

 " 겨울 잘 지내~ 추워도 잘 참고.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해. "
 " ... "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다. 새끼 참새는 자주는 아니었지만 몇 번씩 허수아비를 찾았다. 그 날 있었던
친구들과의 재미있었던 일을 말하거나 엄마에게 꾸중들었던 것들도 말하며 슬퍼했다. 새끼 참새는
아무말 없이 그저 자신을 들어주며 표정을 바꾸어주는 허수아비 친구가 좋았다.

어느날, 새끼 참새는 허수아비에게 말했다.

 " 허수아비야, 나 한동안 너 못볼거 같아. 엄마가 멀리 갔다 올데가 있데. 그리울거야. "
 " ... "
 " 어딘지 모르겠지만 빨리 갔다올테니까~ 너도 나 잊지말고 기다려줘, 알있지? "
 " ... "

허수아비의 표정이 새끼 참새의 표정처럼 슬프게 변했다. 참새는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정든 허수
아비를 떠나갔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또 한번 더 가을이 왔고 겨울이 왔다.


예쁜 꽃이 피는 봄이 지나고 여름이다. 새끼 참새는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몸도 많이 컸다. 먼 곳에 있으면서 한번도 허수아비를 잊은 적이 없었다. 재빨리 새끼 참새는
친구에게 날아갔다.

그런데, 허수아비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여기 허수아비가 있던 자리가 맞는데...' 새끼 참새는
마음이 급해졌다. '분명 여기 맞는데...'

계절이 여러번 바뀌었지만 허수아비는 그 자리에 있을줄 알았다. 새끼 참새는 여러날동안 계속해서
친구를 찾았다. 하지만 친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마지막에 봤던 그 장소에 친구는 없었다.

새끼 참새는 옛 기억을 더듬었다. '얇은 다리..! 그래. 혹시 다리가 다친건 아닐까?' 문득 허수아비의
다리가 생각난 참새는 넘어지지 않았을까 하며 아주 낮게 날았다. 아니나다를까, 허수아비의 몸이
보였다. 벼 가지 사이사이로 살짝 보이는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넘어져있었다.

 " 허수아비야, 나 왔어. 나 기억하지? 미안해. 너무 늦게 왔구나. 너 괜찮은거니? "
 " ... "

허수아비의 표정이 밝아졌다. 슬퍼진 새끼 참새는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 친구야, 미안해. 이렇게 넘어져 있을동안에 너와 멀리 떨어져있었어. "
 " ... "

새끼 참새는 목놓아 울었다. 아무말 할 수 없는 허수아비에게 새끼 참새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때였다.

 ' 참새야, 나야 허수아비. '

새끼 참새는 깜짝 놀랐다. 허수아비의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 허수아비야, 너 말을 할 수 있니? "

새끼 참새는 고개를 돌려 허수아비를 보았다. 허수아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허수아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아니야, 너에게 마음으로 하는 말이야. 너무 슬퍼하지 마렴. '

허수아비는 말을 이었다.
 
 ' 사실 난 널 처음 볼 때 부터 지금처럼 마음으로 말을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우린 말이 없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을 가졌지. '

새끼 참새의 표정이 밝아졌다. 허수아비는 걱정하는 새끼 참새에게 위로를 했다.

 ' 내가 넘어져 있다고 너무 슬퍼하지마. 곧 주인이 와서 날 일으켜 세워줄거야. 몇 번 이렇게 넘어
   졌었거든. '
 "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

하지만 허수아비는 애써 표정을 감추었다.

 ' 어디갔었어? 어떤 재밌었던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래? 옛날 처럼 말이야. '
 " 물론이지! "

새끼 참새는 누워있는 허수아비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으며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말을 했다. 다른때
보다 길게... 그리고 날이 어두워졌다.
   
 " 날이 벌써 어두워졌네. 허수아비야, 나 가야겠어. 내일 또 올께. "
 ' 그래, 오늘 이야기 너무 재밌었어. 잘 가. '
 " 잘 있어~ "

새끼 참새는 친구와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날아갔다. 허수아비는 날아가는 새끼 참새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씩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허수아비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아주
큰 울음을 터트렸다. 허수아비는 주인이 옷이 다 헤어진 자신을 다시 세워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새끼 참새는 다음날 그 자리에서 허수아비를 볼 수 없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그렇게 가을이 왔다. 어느 날, 새끼 참새의 친구 허수아비가 있던 그 자리에 작은 정자가 들어섰다.

새끼 참새는 정자 꼭대기에서 아무말 없이 들어주던 허수아비를 그리워했다.
그 이후로 새끼 참새는 다른 허수아비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다른 허수아비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리워했다.


 " 엄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 일이 있겠지? "
 " 그럼~ 우리도 언젠가 헤어져야 될건데? "
 " 나, 그 허수아비랑 친구했었다? "
 " 정말?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친구했어?  "
 
새끼 참새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 나도 그 허수아비 앞에서는 아무말 안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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