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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형이 좋아요 본문

유용주

뇌성마비 형이 좋아요

가이브 2008. 7. 12. 04:01
[아빠가 건네주는 동화책]뇌성마비 형이 좋아요
입력: 2008년 06월 06일 17:08:27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고정욱 글·송정욱 그림 | 대교출판




한결아,

빗속에서도 촛불은 피어났다. 온나라 가득 피어났다. 자기 자신을 태워서 다른 사람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장대비 속에서도 꽃처럼 피어났다. 너희들이 텃밭을 매고, 너희들이 자갈을 골라내고, 너희들이 씨를 뿌린 광장에는 지금, 대학생 언니·오빠뿐만 아니라 예비군 아저씨들, 넥타이 부대, 수녀님들을 비롯한 수많은 종교인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 그리고 너희들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들이 유모차를 밀며 모여 있단다.

세상 꽃들 중에 가장 빛나는 너희들을 낳고 길러 준 엄마들이, 이제는 스스로 꽃이 되어 들불처럼 꽃사태를 낳고 있어. 21세기, 밝은 세상을 살고 있는 너희들에게, 아직도 저 냄새 나고 축축하고 어두운 20세기를 살고 있는 청와대 상머슴과 그 주변 사람들이 ‘배후’라고 지목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만날 밥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너희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정신 없는 엄마라는 사실에 이 아빠는 가슴 뭉클하단다.

바로 그 엄마들이, 너무 낮은 곳에 있어서 표시도 나지 않던 엄마들이 들고 일어선 거야. 저마다 꽃을 들고 주인공이 된 거야. 그래, 촛불의 배후는 양초 공장이지. 양초 공장에서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아빠들 말이야. 1회용 라이터이기도 하지. 그렇다면 종이컵의 배후는 누구일까? 그래, 바로 나무야. 우리에게 맑은 공기와 책과 가구와 넓은 그늘과 푸름을 베풀어주는 나무!

그러니 경찰은 촛불의 배후인 엄마·아빠와 일하는 사람들과 예비군 아저씨, 넥타이 부대, 대학생 언니·오빠, 수녀, 목사님, 스님, 장애우들과 유모차에서 자고 있는 아기들을 구속해야 돼. 무엇보다 종이컵의 배후인 우리나라 모든 나무들을 구속해서 수사해야만 해. 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을 방패로 내리찍고, 저 바짝 말라 뼈만 남은 부처님을 군홧발로 짓밟고,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에게 직격탄을 날려야만 해. 도대체 저 경찰들은 누구의 머슴이지?

한결아. 눈이 멍들고 코뼈가 주저앉고 고막이 터져도 꽃은 피어나고 강물은 흐르고 나무들은 울울창창 푸르다. 너희들이 늘 푸르듯이…. 언제 어느 때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은 서로 도와주고 함께 비를 맞는 거야.

저 살수차가 뿜어내는 물이, 젖과 꿀과 얼음과자로 바뀔 때까지, 저 소화용 분무기가 쌀과 밀가루와 설탕가루가 되어 한번 쏠 때마다 수많은 밥과 과자와 빵이 되어, 별이 되어 펑펑 쏟아질 때까지, 우리 다 함께 비를 맞으며 꽃을 피워 보자. 주인이 다니는 도로에 불법 주차한 경찰 버스는 웃으면서 봐주지 뭐. 확성기를 가지고 경고 방송을 하는 전경 오빠, 언니들이 전국 노래자랑에 나가 인기상을 탈 때까지, 우리 개인기 연습 열심히 시켜보자.

이 책에 나오는 종식이가 뇌성마비 장애를 딛고(자기 힘든 삶을 피하지 않고), 자기의 인생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 정상인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듯이, 대통령 할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이 비뚤어진 마음에서 풀려나 우리 모두의 진짜 머슴이 될 때까지 촛불을 피워 보자. 꽃을 피워 보자. 노래를 불러 보자.

<유용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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