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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든 너희들이 희망이야 본문

유용주

촛불 든 너희들이 희망이야

가이브 2008. 7. 12. 04:02
[아빠가 건네주는 동화책]촛불 든 너희들이 희망이야
입력: 2008년 05월 23일 17:15:45
▲흰둥이네 할머니…송언 글·김성민 그림 | 현암사


한결아.

비가 그친 뒤 바람이 불자 아까시나무 꽃이 튀밥처럼 떨어져 쌓인다. 텃밭에 잡풀을 매다 보면 가까이에 꿀이 흐르는 강이 있나 봐. 요즈음은 냄새로 밥을 먹는단다. 나무 냄새, 풀 냄새, 바람 냄새, 햇빛 냄새, 빨래 냄새….

중간고사는 잘 치렀니? 초등학교에도 진단평가 시험이 있고, 중·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으로, 새벽까지 오로지 공부 공부에만 매달려 풀 죽어 있는 너희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도대체 이놈의 세상이 어디까지 가려고 이 모양인지 아빠는 가끔 담배를 물고 하늘을 쳐다본다. 아직까지는 저녁 노을이 곱고 구름 지나간 자리에 너희들 눈동자 같은 별들이 초롱하다. 저 별들을 따라가니, 촛불 들고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와 쇠고기협상 반대 집회에 참석한 환한 너희들 얼굴이 보인다.

공부는, 공부에 취미가 있는 친구들이 하면 되는 것이고, 지금 못하면 나중에 커서, 조금 늦게 해도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먹는 음식만큼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학교 급식을 직접 먹는 너희들이 학교를 벗어나 광장으로 뛰쳐나온 행동은 너무나 당연하다. 몇몇 미국 도축업자와 국내 수입업자들의 배를 불려 주기 위해서 한창 쑥쑥 자라나는 너희들에게 병든 쇠고기를 먹일 수는 없다.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는 협상단이나 사대 외교, 조공 외교로 대한민국 자존심을 구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나 먹으라고 하면 될 거야.

영어 몰입 교육도 그렇다. 사업하는 사람이나 영어 전공자, 대학교수, 법률가를 비롯해 외국을 드나들며 영어를 꼭 써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영어를 할 필요는 없는 게지. 영어 못해서 망신당할 일은 없단다. 동시 통역사는 왜 필요한 거지?

한반도 대운하 문제 또한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재앙이다. 자연은 스스로 제 갈 길을 찾는다. 강물이 스스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이 우주, 삼라만상은 사람이 건드리지 않아도 빈틈없이 돌고 돌면서 한 점 흐트러짐이 없어요. 자, 봐라. 저 구름을, 저 바람을, 저 파도를, 저 하늘의 별들을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니? 지금 중국에서 일어난 참혹한 지진을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게다. 대운하 문제는 우리 힘으로 꼭 막아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막지 못한다면 중국보다 더 엄청난 피해가 너희들을 덮칠 거야. 저 겁먹은 일부 신문, 방송 꼭두각시들이 배후가 있느니, 좌파 세력들의 조종이 있느니 하며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아빠 엄마는 항상 너희들의 선택을 믿는다.

한결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돈은 살아가는 데는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고소영·강부자(?) 내각과 청와대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외쳐대는 부자, 좀 안 되면 어떠니? 조금 가난하게 살자. 굶주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도 무조건 도와주고 말이지. 제발 부탁인데 돈 때문에, 재산 때문에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버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 그런데 벼락을 맞아 죽어도 시원찮을 일이 요즈음 자주 일어난단다. 짐승은 배신하지 않는데,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자신을 지지해 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석달 열흘도 안 돼 배신하고 있는 이명박 실용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용주 | 시인>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5231715455&code=9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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