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새로운 시작, GuyV's lIfe sTyle.

이야기1 본문

ⓤntitle story

이야기1

가이브 2008. 7. 8. 00:17

[2007.03.18]


퇴근시간..

늘 타는 버스는 '뒤로 좀 타세요'하며 차에 오르려는 승객을

보챈다. 채 10명도 안되지만 승객이 올라타기 무섭게 문을 닫고는

강한 클러치소리를 낸다. 다행히 뚫려있는 큰 도로. 곧 막힐 것이지

만 얼른 달린다. 신호받은 차가 앞에 보이면 끝까지 다가가서 급히

세워 서 있는 사람이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기사는 아량곳하지

않았다.

--------------------------------



어디보자..

금요일에 7시 15분 운행. 엊그제 확인했던 운행표를 다시한번 더

확인하고 커피를 뽑아든다. 저쪽에서 운행을 마친 버스가 뉘엇뉘엇

기어들어온다. 박기사였다. 짐작하며 운행표를 바라보니, 역시나

오늘 막차는 박기사가 하려나보다. 34살의 나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총각이지만, 자식 둘 있는 나보다 더 열심히다. 언젠가는

좋은 짝이 나타날거라며 털털거리는 젊은이가 참 보기 좋다.


물고 있는 담배를 바닥에 힘없이 던지고 밟았다. 4분정도 남았다.

사무실에서 키를 빼내들고 8012번 버스를 찾았다.

시계를 보니 15분이 얼마 안 남았다. 오늘따라 성급함이 앞선다.

차에 올라서서 시동을 켜고 운전석 왼쪽에 있는 일지를 작성한다.

몇자 안되는 숫자를 그냥 날려적고 첫 정류장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꽉 차겠구나.. 생각하며 승차문을 닫는다.


차가 참 많이 밀렸다. 느낌이 왔다. 이 줄이 ○역 앞까지 밀릴 것이

라는 것을... 첫 애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오늘이 생일이다.

귀여은 딸이 방긋방긋 웃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나 보고싶어

미칠 것 같다. 세 번째 운행인데도 잡생각이 많이난다. 십년 넘게

한 직장에서 한 노선을 운행하니.. 이젠 눈 감고도 할 수 있나보다.

회차지점이 지나 사람이 다 내려버린 버스에 또 올라타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뒷문으로 타라고 보챘다. 명동에선 늘 사람들이 알아서

뒷문을 열면 올라탔는데, 이제 고발당하면 핑계댈것도 없겠다.

하기야, 그깟 직장이 문제겠어, 일당이 문제겠어.


--------------------------------



" 네 장선생님, 쉬시고 월요일날 뵈요. "


" 그래, 곽선생도. "


교무실엔 정적이 남았고 문을 잠그고 나갈차례다. 경비 아저씨가

언제나 늦게 가시냐며 웃으신다.

작년엔 6학년을 맡아서 그래도 편했던것 같다. 첫 입학식날에 봤던

학부모들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나같이 다들 약속

이나 한듯 걱정하는 눈빛들. 내가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면 저런

표정을 지을까.. 결혼도 안해본, 아직 부모와 같이 사는 3년차

초등학교 선생인 나는 알기가 어렵다.


이젠 해가 길어졌나보다. 학교 가로등 불빛으로 감싸져야할 운동장

모래들이 잘 보인다. 놀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 중학생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날이 어두워지고 농구공이 잘 안보이게되면

운동장을 나서겠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며 늘 1학기 초가 되면 해야하는 이름외우기를

한다. 그래도 많이 외워졌네. 얼굴보고 학번보고 얼굴보고 이름보고

학번보고 이름보며 외운다. 사실 매일 같이 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처음 담당하는 1학년, 정말 병아리같은 애들이 상처받을

까봐 이름을 꼭 불러주며 웃어준다. 학교가 낯선 곳이 아님을 지금

이 시기에 알려주는게 필요하다. 아마 8개 학반 선생님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번에 처음 우리학교로 발령받은 6반

김선생도 아마 잘할 것이다.


버스가 한대 한대 지나가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타는 버스도 왔다.

타는 사람은 나 밖에 없나. 올라서기가 바쁘게 기사는 울렁거리며

변속하며 차를 험하게 다룬다. 급히 잡은 손잡이도 같이 크게 흔들

린다. 앉을 자리도 없는데 오늘도 엄한 기사 걸렸구나..

빵빵 소리는 귓 속 이어폰 노래소리를 덮어버리며 들린다. 그나마

서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


--------------------------------


아빠가 왔다. 난 '아빠~' 하며 아빠의 품에 안긴다. 또 담배냄새가

나고 기름냄새가 나서 썩 좋지는 않지만 보고 싶은건 사실이다.

오늘도 아빠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 바쁘다. 오늘 엄마가

아침을 빵을 줬다는 둥 학교에서 받아쓰기 하고 시소를 타고 놀았

다고 자랑했다. 언제나 웃으시는 아빠는 나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포장된 상자를 주셨다. 엄마는 아빠가 희수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거라며 열어보잔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했다. 인형이었다. TV에서 봤던 인형이었다. TV에서 보여

줬던 그 웃음을 가진 인형이었다. 실제로 만지작거리니 정말 좋다.

그리고 생일축하놀이도 하고 아빠 목마도 타고 말도 타며 놀았다.

너무나 재밌는 하루다.


--------------------------------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는 참 힘들다.

직업때문인가.. 글도 짓고 싶고 음악도 만들고 싶다.

아니,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직업이 이렇게

당첨된것 같기도...


버스를 타고 오며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글로 옮겨본다.

이런 글들이 다음엔 좀 더 좋아지겠지...

반응형

'ⓤntitl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슬  (0) 2009.12.07
허수아비2  (0) 2009.11.07
허수아비  (0) 2008.07.11
이야기2  (0) 2008.07.08
귀가길  (0) 2008.07.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