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전라도여행
- The Frames
- U2
- 안치환콘서트
- swell season
- 안치환
- ASP.NET
- 영화
- 서호주여행
- 가족영화
- 광야에서
- 김광석
- 닷넷DB연동
- 닷넷공부법
- 유용주
- Perth
- wp7
- asp
- 웹프로그래밍
- 퍼스
- BSB
- 닷넷게시판리스트
- 서호주
- 안치환공연
- 게시판페이징
- live8
- 여행
- 백스트리트보이스
- 윈폰7
- 닷넷게시판만들기
- Today
- Total
새로운 시작, GuyV's lIfe sTyle.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셋째 아들 얼굴을 떠올렸을까. 본문
갑작스런 일이라 황급히 일어나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느닷없이 뺨을 한 대 매섭게 때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 걸어가는 게 아닌가. 너무나 어이없어 아버지를 부르며 뒤따라가다 꿈을 깬 날이 두어 달 전, 안개가 많이 낀 새벽이었다. 그 때 아버지는 한 많은 이승을 하직하신 것이다. 매형이 우는 누나 대신 사십구재를 지낸 뒤 올라왔다고 말을 이었다. 하늘이 빙그르르 돌았다. 찹쌀떡도 과일도 빵도 우유도 내던지고 접견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접견실이 졸지에 초상집으로 변한 거였다.“그만, 그만 나가주세요.”
옆에 나무토막처럼 서서 접견 내용을 기록하던 헌병이 가족들을 몰아냈다.
“136번, 136번, 걸을 수 있겠나”
가족들이 나가자 접견실 바닥에 내동댕이친 음식물들을 주섬주섬 챙기며 헌병이 물었다. 걷지 않으면 어쩌겠단 말인가. 접견실에서 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온 몸이 경련이 오듯, 쥐가 나듯 저릿저릿할 뿐이었다. 울음은, 그 우스꽝스러운 앞으로 구십 도, 뒤로 사십오 도 행군 자세로 곧은 미루나무 길을 되돌아올 때 터졌다. 속으로 터졌다. 속으로 터져 올라오는 것을 눌러 내려보내자니 격렬하게 사래가 터졌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웃다가 사래가 들려 기침 내 뱉는 꼴로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슬픔의 파편들은 허공 속으로 튀어 달아났다. 슬픔도 공기가 들어가야 가지런해지는 법인데, 들어가는 것은 짧고 나가는 것은 길어 발걸음은 엇갈리면서 비틀거렸다. 마치 허공 중에 마른 헤엄을 치듯 둥둥 떠서 걸어왔다. 아니, 걸었다는 느낌도 없었다. 미루나무는 왜 그렇게 살랑대는 거냐. 햇빛은 왜 그렇게 은가루마냥 흩뿌려 대는 것이냐. 양어장 둑과 돈사 언저리와 철재, 목공, 미싱, 도장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밑에 풀들은 왜 그렇게 푸르고 싱싱하게 돋아나는 거냐. 바람아, 너는 쓸개도 없느냐, 창자도 없느냐. 왜 그렇게 방향도 없이 들큰하게 불어오는 것이냐. 나는 이 푸르름을 감당할 수가 없구나. 저 맑은 하늘을 우러러 볼 수가 없구나. 어쩌자고 구름 한 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슬픔이란 것은 두고두고, 천천히, 곱이자 받아가며 온다는 것을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는데도 말이다.
아버지, 입술을 깨물면서, 혓바닥을 지그시 누르면서 불렀다.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놓고 통곡을 할 수도 없고, 더욱 더 큰절도 올리지 못하니 자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월은 잔인한 달이군요, 아버지. 삼동에서(웃다리골, 아랫다리골, 송산리) 장사라고 소문이 자자했고, 술로 말하자면 수주나 월탄이나 공초만큼 두주불사로 드셨던 아버지. 그 억센 뼈로 한 백 살 정도는 너끈히 사실 줄 믿었던 아버지. 셋째 아들 구속 통지서를 받고 막걸리에서 소주로, 그것도 이 홉들이 두 병에서 사 홉들이 두 병으로 술병을 끌어올리셨다는 아버지. 간경화로 부어오른 배를 감싸안고 통증이 올 때마다 소주를 드셨다는 아버지. 마지막 한 달 동안은 곡기를 완전히 끊고 소주만 드셨다는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셋째 아들 얼굴을 떠올렸을까.
욕심없고 더 이상 당신의 삶에 별 기대없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슬플 때 주위는 더더욱 아무일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분개한다.
이들은 삶은 결코 스스로에게 희망과 믿음을 안겨주지 않는다고 철석같이 믿고있다. 오직 자신의 육신과 마음만이 땅이 꺼지고 꺼져 지구가 오므라드는 순간까지 허름한 몸뚱아리 지탱한다고 한다.
이런 행동과 생각은 밑바닥 삶을 경험해 본 사람만 감히 행할 수 있고 논할 수 있다. 따뜻한 바닥에 등대고 누워 터질듯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며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며 누워있어본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을 뿐더러 더럽다고 피해가리라.. 따뜻한 바닥은 보이지 않는 고슴도치 천여마리 지고있고 튀어나온 뱃속에는 수억번 들어마시고 내뱉지 못한 산소만이 채워져 있는, 에어콘 몇 천대 둘러쌓아 쐰 것보다 몇 곱절 더 시린 겨울바람에 맨몸 드리밀고 있는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
'유용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참말 / 유용주 시인 (0) | 2009.07.05 |
---|---|
친구사이는 더 그렇다. (0) | 2009.04.26 |
노동일기2 (유용주) 중.. (0) | 2009.03.16 |
'세상의 밥짓기’를 끝낸 누나에게' (0) | 2009.03.16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섬에 살고 있단다 (0) | 2008.07.29 |